이달의 헬스플러스소화기내과 이재승 과장

이달의 헬스플러스

‘과민성 장증후군’은 어떤 질환인가요?

과민성 장증후군을 잘 표현하는 우리나라 속담이 있습니다. `사촌이 논을 사면 배가 아프다` 라는 속담입니다. 다들 아시지요? 사촌이 논을 산 것은 내 배와 아무 관련이 없어 보이는데, 샘이 나고 속이 상해서 배가 아픈 것이지요. 이와 같이 심리적인 문제, 스트레스가 배를 아프게 하는 것이 과민성 장증후군의 특징입니다. 이런 복통이 배변 습관의 변화, 그러니까 변비나 설사와 연관되어 있으면서 6개월 이상 반복적으로 증상이 있으며, 그 증상이 최근 3개월 동안 1주일에 한번은 있으면 과민성 장증후군으로 진단합니다. 이 질환은 유병률(일정기간동안 이 질환에 이환된 사람의 수)이 대략 15%로 많은 사람들이 가지고 있습니다.

과민성 장증후군의 증상은 어떤 것이 있습니까?

주된 증상은 배변과 연관된 복통입니다. 예전에는 복통 뿐 아니라 복부 불편감(discomfort)도 진단의 기준에 포함되었는데, 이 불편감이라는 용어의 의미가 모호하여 2016년에 발표된 진단기준에서는 제외되었습니다. 그러나 실재 진료에서는 복통과 함께 복부 불편감이 흔히 있는 증상입니다. 이런 증상은 배변을 하고 나서 좋아지는 사람들도 있고, 일부에서는 배변 후에 더 아프거나 불편감이 심해지기도 합니다. 복통은 주로 하복부에 경련성으로 나타나지만 하복부 외에 다른 곳에서도 나타날 수 있으며 특정부위에 국한되지 않고 장소를 움직이면서 나타나기도 합니다. 환자들은 통증을 단순히 배가 아프다는 말에서부터 쥐어짜는 것 같다, 뻐근하다, 콕콕 찌른다 등과 같이 아주 다양하게 표현합니다. 복통은 과민성장증후군 환자의 삶의 질을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이므로 복통 해소가 치료에 아주 중요합니다. 복부 불편감은 통증까지는 아니지만 배가 불편하거나 좋지 않은 느낌입니다. 환자들은 배가 답답하다, 무지근하다, 등으로 표현하며 가스가 많이 차서 부풀어 오르는 느낌인 복부 팽만감을 호소하기도 합니다. 변비나 설사와 같은 배변 습관의 변화는 복통과 시간적으로 연관되어 발생합니다.

과민성 장증후군은 환자의 증상만으로 판단하기엔 무리가 있는 것 같은데, 특별한 검사법이 따로 있나요?

경고증상(alarm sign)이란 말이 있는데, 흔히 언급되는 경고증상들은 직장출혈, 야간증상(수면 중 복통이나 설사 때문에 잠이 깨는 경우), 체중 감소, 빈혈, 대장암이나 염증성 장질환의 가족력입니다(사진2. 경고 증상 슬라이드). 증상이 시작되는 연령도 중요한데 50세 이상에서 새로운 증상이 시작될 경우 대장암의 위험이 있으므로 대장 내시경검사를 포함한 충분한 검사를 시행해야 합니다. 경고증상이 없는 과민성장증후군 환자에서 기질적 질환이 발생할 가능성은 아주 낮습니다.(1.3%) 따라서 전형적인 증상이 있으면서 경고증상이 없는 환자들은 다른 진단이 내려질 가능성은 적습니다. 그렇지만 환자가 질병에 대하여 불안이 심하거나, 일반적인 치료로 증상의 호전이 없는 경우라면 적극적인 검사를 해 보는 것도 도움이 되리라 생각합니다.

치료법은 어떻게 되나요?

예전에 우리가 어렸을 때 밤에 배탈이 나면 어머니가 아픈 배를 만져 주시면서 이렇게 말씀 하셨지요. '엄마손이 약손이다', 그렇게 어머니가 배를 만져 주시면 아픈 배가 차츰 나아져서 잠이 들었던 기억들이 다들 몇 번은 있을 겁니다. 어머니의 손이 약손인 것은 우리가 과학적으로 설명하기 어려운 여러 가지 치유의 힘이 있겠지만, 그 중에 가장 중요한 점은 아픈 아이는 어머니를 전적으로 믿고 의지한다는 사실입니다. 이런 치료자인 어머니와 배가 아픈 환자인 아이의 관계가 신뢰로 맺어지면 치료 효과가 나타납니다. 과민성장증후군의 치료도 이와 비슷한 점들이 있습니다. 의사와 환자 관계가 좋은 경우에는 위약(약 대신 밀가루로 만든 가짜약)을 줘도 증상이 좋아지는 경우가 47%라는 연구결과가 이런 사실을 잘 보여줍니다. 긍정적인 의사-환자 관계를 형성하고, 진단과정에 대한 충분한 설명과 병에 대한 교육, 암이 아니라는 내용의 안심시키기, 생활과 행동방식의 변화, 식이 상담 등으로도 약제의 투여 없이 상당수(31%)의 환자들이 증상이 호전됩니다. 그래서 치료자는 환자와 신뢰를 쌓기 위한 방법에 대해 고민하고 연구하는 것이 참 필요한 질환이 과민성장증후군입니다. 일반적인 상담과 증상을 유발하는 음식 조절 등으로 증상이 호전 없다면 약물 치료를 시행합니다. 근본적으로 과민성장증후군은 완치를 하는 병이라기 보다 잘 관리해야 하는 병입니다. 과민성장증후군에서 음식이 병의 발생이나 증상 악화에 중요한 요인이라고 생각됩니다. 그래서 특정한 음식을 먹었을 때 증상이 생기거나 악화된다면 그 음식은 피하는 것이 좋습니다. 이런 증상을 잘 일으키는 음식들은 먹었을 때 장 안에서 발효가 잘되어 가스가 많이 생기는 음식들입니다. 예를 들면 현미, 잡곡, 콩, 유제품, 견과류 등입니다. 일부 환자들은 어떤 과일을 먹었을 때 증상이 나타나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런 음식들이 몸에 해롭다는 의미는 아니고 내 몸과 잘 맞지 않으니 피하는 것이 증상 조절에 도움이 된다는 뜻입니다.
쌀은 소장에서 흡수가 잘되어 장내가스를 적게 만들기 때문에 밀, 오트밀, 옥수수, 감자보다는 과민성 장증후군에 도움이 됩니다.
매운 음식의 주성분인 캡사이신(capsaicin)은 내장 과민성(visceral hypersensitivity)을 증가 시켜 증상이 악화 될 수 있으니 피하는 것이 좋습니다. 이런 여러 가지 권고 사항들이 있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음식을 지나치게 제한하는 것보다는 균형잡힌 식단으로 식사 할 것을 강조합니다.

COPYRIGHT(c) 2015 BUSAN ST. MARY'S HOSPITAL ALL RIGHT RESERVED.
(우) 48575 부산광역시 남구 용호로 232번길 25-14 | 대표전화 051.933.7114 | 팩스 051.932.86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