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비인후과에서 계절의 변화와 함께 항상 따라오는 질환으로 알레르기성 비염이 있다. 날씨가 선선해지고 일교차가 심한 가을이 되면 어김없이 재채기와 콧물, 코막힘 등을 호소하는 사람들이 생기는데 대략 전 국민의 10~20 %정도가 알레르기와 관련된 질환으로 고통 받는다.
알레르기란 한마디로 자기에게 맞지 않는 물질이나 상황에 처 할 때 생기는 거부 반응이다. 그 거부 반응이 코에서 나타나면 알레르기성 비염, 눈에서 나타나면 알레르기성 결막염, 기관지에 나타나서 호흡 곤란 등을 동반하면 천식이 된다. 알레르기성 비염의 원인은 집먼지 진드기나 꽃가루 등이며 일반적으로 일 년 내내 증상이 지속되면 통년성 알레르기성 비염, 계절에 국한하여 나타나면 계절성 알레르기성 비염으로 분류되는데, 각각 그 원인이나 치료에 약간의 차이가 있다.
통년성 알레르기성 비염은 집먼지 진드기가 원인인데 집먼지 진드기는 일반적으로 침구류에 서식하며 습도에 영향을 많이 받는다. 특징적으로 아침에 자고 일어나면 발작적으로 재채기를 하는 사람들을 보게 되는데 이는 밤사이 이불이나 베개 등에 서식하는 진드기가 이불을 박차고 일어나는 순간 공증에 날리기 때문이다. 또한 특징적으로 장마철 등에는 더욱 심하고 땡볕이 내리쬐는 한여름에 그 증상이 줄어드는 것은 습도가 진드기의 서식에 중요하기 때문이다.
계절성 알레르기성 비염은 꽃가루가 대표적인 원인이 되며 특히 봄에 꽃이 피기 시작할 무렵에 심하다. 몇 년간의 임상경험을 통해 보면 알레르기성 비염 환자들에게 볼 수 있는 몇가지 공통점이 있다.
첫째는 완치에 대한 믿음이다.
환자들은 매년 계속되는 알레르기성 비염의 불편함으로 대부분 완치를 원한다. 하지만 불행하게도 아직은 이런 치료법이 없다. 면역 치료법이 있기는 하지만 극단적으로 이야기 하면 이 세상의 모든 치료나, 약물은 증상을 완화시키는 치료법들이지 환자들이 생각하는 완치는 없다고 생각하면 된다.
둘째는 체질의 변화가 일어나 최근에 발병했다는 생각이다.
체질은 타고 나는 것이지 없던 체질이 생기지는 않는다. 그러면 과거에 없던 알레르기성 비염 증상들이 왜 생기는 것일까? 이런 현상은 타고난 체질을 폭발시키는 어떤 현상, 즉 심한 감기나, 임신 등에 의해 잠재되어 있던 타고난 체질이 증상으로 나타남으로 발생된다. 또한 한번 원인 물질에 의해 증상이 생기게 되면 코의 점막은 과민하게 되어 집먼지 진드기가 아니라도 담배연기나 다른 물질에 의해서도 증상이 나타나게 되는데 의학적으로 이를 과민반응이라 한다. 따라서 없던 체질이 생겼으므로 체질을 바꾸기 위한 치료를 찾아다니지 말고, 환경을 개선하거나 원인을 찾아 적절히 대처해야 한다.
셋째는 수술치료에 대한 생각이다.
수술에 대한 환자들의 생각은 다양하지만 대체로 최종적인 치료로 생각하고 한번 수술을 받으면 어떤 질환이든 완치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흔히 알고 있는 레이저 시술의 원리는 코점막을 레이저로 화상을 입혀 감각을 둔하게 하고, 화상이 치료된 후 코점막이 수축함으로 코막힘을 해결하는데 있다. 우리가 피부에 화상을 입으면 수축이 되고 감각이 떨어지는 이치와 같다. 따라서 알레르기성 비염 환자는 외부에서 흡입되는 원인 물질에 좀 둔하게 반응하게 되고 코막힘이 해소되는 효과를 가진다. 하지만 레이저 시술은 알레르기성 비염의 효과적인 치료의 한 방법이지만 아직도 장기적인 치료효과에 대한 정설은 없다.
넷째는 예방에 대한 무관심이다.
다소 무리한 비교일지 모르지만 나는 알레르기성 비염을 흔히 말하는 스토커와 같은 존재라고 말하고 싶다. 만일 자신을 집요하게 따라다니는 스토커가 있다면 어떻게 대처를 해야 할까? 일단 다소 섬뜩하지만 이 세상에서 영원히 제거하면 될 것이다. 우리가 만일 공기가 하나도 없는 우주에 산다면 알레르기 없이 살 수 있는 이치와 같다. 하지만 이런 대처 방법은 불가능하다. 둘째는 스토커에 대항하여 보디가드를 고용하는 방법이 있다. 나는 이를 약물치료나 다른 알레르기 치료에 비교하고 싶다. 하지만 이 역시 영원한 대처 방법이 아니며 언제까지나 보디가드를 고용할 수는 없고 비용 또한 만만찮을 것이다. 셋째는 그 스토커의 습성이나 행동 양식 등을 면밀히 관찰하여 피하거나, 자신의 체력을 키워 스스로 대처하는 방법이 있다. 나는 이 세 번째 방법을 강조하고 싶다. 완치가 어렵다면 회피와 예방이 최선이라는 점이다. 일단 자신에게 알레르기를 일으키는 원인을 알아야하고 또 그 시기가 언제인지를 면밀히 알고 있는 것이 중요하다. 또한 자신이 처한 다양한 환경에서 자신의 증상이 어떻게 변화하는지를 관찰할 필요가 있다. 따라서 나는 종종 환자들에게 알레르기 일기를 쓰라고 권유한다. 언제 증상이 시작됐는지, 어떤 곳에서 심한지, 어떤 약을 먹지 않으면 안 되는지, 기후와의 관계는 어떤지 등등, 일 년이 지나면 많은 정보들을 습득하게 될 것이며 자신을 괴롭히는 알레르기에 대해 적절한 대처를 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인스턴트 음식을 줄이는 식생활 개선과, 청소를 철저히 하자. 이런 끊임없는 노력들이 약물치료와 병행될 때 알레르기성 비염을 극복할 수 있을 것이다.
한마디로 알레르기질환은 완치를 목표로 하는 질환이 아니라 끊임없이 환경을 개선하고 예방하는 관리하는 질환임을 강조하고 싶다.
계절의 변화는 우리에게 많은 즐거움을 준다. 따스한 봄날의 햇살과 눈부시도록 아름다운 가을의 단풍을 지긋지긋한 스토커에서 벗어나 맘껏 누릴 수 있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