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건강을 위해 걷기나 등산을 즐기는 분들이 많습니다. 하지만 진료실에서 “마음은 더 걷고 싶은데 5~10분만 걸으면 다리가 저리고 당겨서 벤치부터 찾게 된다”며 고충을 토로하시는 환자분들을 자주 뵙습니다. 잠시 쉬거나 허리를 숙이면 괜찮아졌다가 다시 걸으면 같은 증상이 반복되는데요. 이를 단순 체력 저하나 노화로 여기기 쉽지만, 대표적인 척추 질환인 ‘척추관협착증’의 신호일 수 있습니다.
척추관협착증은 신경이 지나가는 통로가 퇴행성 변화로 좁아지면서 신경을 압박하는 질환입니다. 걸을 때 엉덩이부터 허벅지, 종아리까지 통증과 저림이 나타나고, 잠시 쉬면 다시 걸을 수 있는 ‘신경인성 간헐적 파행’이 특징입니다. 자세에 따라 증상도 달라집니다. 걸을 때나 허리를 뒤로 펴면 통증이 심해지고, 반대로 앉거나 허리를 숙이면 일시적으로 편안해집니다. 평지 걷기는 힘들어도 쇼핑카트를 밀거나 자전거를 탈 때는 비교적 수월한 이유입니다. 흔히 허리디스크와 혼동하지만, 디스크는 한쪽 다리로 뻗치는 통증이 뚜렷한 반면 협착증은 서서히 보행 거리가 짧아지고 양쪽 다리가 무겁고 저린 경우가 많습니다.
영상 검사상 협착이 심해도 불편이 없는 분이 있는가 하면, 변화가 적어도 조금만 걸으면 멈춰야 하는 분도 있습니다. 따라서 MRI 사진뿐만 아니라 환자분이 실제 겪는 일상생활의 불편을 함께 확인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진단을 받았다고 무조건 수술을 해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증상이 심하지 않다면 약물, 재활, 주사 등 보존적 치료부터 단계적으로 진행합니다. 이때 가장 중요한 지표는 ‘걷는 거리’입니다. 30분이던 거리가 20분, 10분, 5분으로 계속 줄어들거나 다리에 힘이 빠진다면 상태를 다시 평가해야 합니다. 치료의 목적은 검사 결과를 깨끗하게 만드는 것이 아니라 환자가 다시 편안히 걷도록 돕는 것이므로, 보존치료로 생활이 가능하다면 수술을 서두를 필요가 없습니다. 다만 다리 근력이 빠르게 떨어지거나 발목·발가락을 움직이기 어렵고, 대소변 조절 장애 등이 나타난다면 주의해야 합니다. 이는 심한 신경 압박이나 마미증후군의 신호일 수 있어 신속한 진료가 필요합니다.
보존적 치료에도 일상생활이 어려울 만큼 보행 기능이 떨어진다면 수술적 치료를 고려합니다. 수술의 기본 목적은 신경 통로를 넓히는 감압입니다. 최근에는 두 개의 작은 통로로 내시경을 넣어 신경 압박을 해소하는 ‘양방향 척추내시경(UBE)’ 같은 최소침습 수술도 활발히 시행됩니다. 단, 척추 불안정성이나 변형이 동반됐다면 유합술이 필요할 수도 있습니다. 최소침습 수술이라도 절개 크기보다 중요한 것은 충분한 신경 감압과 정상 구조물의 최대 보존입니다.
내 몸이 보내는 보행 변화의 경고 신호에 귀 기울이고, 알맞은 시점에 적절한 치료를 받아 건강한 발걸음을 지키시길 바랍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