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의 헬스플러스부산성모병원 신경외과 이행우 과장

이달의 헬스플러스

Q. 수두증이란 어떤 질환인가요?

말 그대로 머리에 물이 차는 병입니다. 두개골 안은 뇌, 혈액, 뇌척수액 이렇게 세 가지 요소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혈액은 주로 뇌혈관내에 존재하지만 뇌척수액은 뇌의 내부와 외부에 모두 있으면서 뇌의 신진대사에 관여하고 뇌 구조물을 지지하고 보호하는 기능을 담당합니다. 이 뇌척수액은 뇌의 물주머니, 즉 뇌실에서 생성된 후 뇌속의 경로를 따라 흐르고 두개골 내부로부터 빠져 나와서 척수강을 거친 다음에 다시 두개강내부로 들어가서 지주막과립이라는 구조물을 통해 흡수되는 경로를 취합니다. 여기서 뇌척수액의 생성과 흡수의 불균형에 의해 뇌척수액이 축적되어 뇌실이 확장되고, 두개강내압 상승을 초래하는 병적 상태를 수두증이라고 합니다.

Q. 그렇다면 정상압 수두증이란 무엇인가요?

뇌실은 확장되어 있지만 두개강내압은 정상인 수두증입니다. 여기에는 뇌지주막하출혈, 뇌막염, 뇌손상, 뇌종양 등의 선행질환으로 인해 발생하는 이차성 정상압 수두증과, 뚜렷한 선행 원인질환이 없이 발생하는 특발성 정상압 수두증으로 나눌 수 있습니다. 그러니까 뇌졸중이나 두부 외상 등이 발생한 다음에 발생한 것이 이차성 정상압 수두증이 되겠고, 증상이 나타나기 전까지 뚜렷한 중추신경계 질환이 없었는데 나타나는 것이 특발성 정상압 수두증이 되겠습니다.

Q. 정상압 수두증의 증상에 대해 알려주세요.

정상압 수두증의 3대 증상이 있습니다. 보행장애, 인지장애, 배뇨장애 세 가지입니다. 먼저 보행장애는 대개 첫 증상으로 나타나는데 균형을 잡기 어렵고 걷거나 서기 어려운 경우도 있습니다. 걸을 때 몸을 앞으로 숙인 자세로 보폭은 좁고, 양발 간격이 넓어서 다리를 들어올리기가 어려운 모습을 보입니다. 파킨슨병에 이환된 분들과 보행자세가 비슷하게 나타나기도 하기 때문에 감별진단이 필요합니다. 그 다음에 인지장애는 기억력 저하나 상실, 주의력과 집중력의 감소, 무관심, 무기력 등의 증상을 나타냅니다. 그리고 배뇨장애는 바로 요실금인데요 초기에는 급박뇨나 빈뇨같은 증상을 보이다가 진행되면서 요실금이 나타나게 됩니다. 세 가지 증상은 각각 따로 나타나기도 하기 때문에 처음에는 다른 질병의 증상으로 판단하고 정상압 수두증을 염두에 두지 못하는 경우도 있겠습니다만, 특징적인 세 가지 증상, 그러니까 보행장애, 인지장애, 배뇨장애를 보인다면 이 병을 의심하고 접근해야 합니다.

Q. 진단을 위한 검사방법은 어떤 것이 있나요?

무엇보다도 말씀드린 임상소견이 가장 중요합니다. 특징적인 보행장애, 인지장애, 요실금 등이 나타나면 전형적인 정상압 수두증으로 진단할 수 있겠지만, 감별진단과 수술적 치료의 유효성을 평가하기 위해 영상검사 등의 보조진단법이 필요합니다.

Q. 구체적으로 어떤 검사를 받게 되나요?

CT나 MRI 소견이 필수적입니다. 먼저 CT는 뇌실의 크기와 뇌실 주변의 저음영을 관찰하게 됩니다. 또 MRI로는 뇌위축 정도를 평가하고 동반되는 두개강내 병변을 감별하게 됩니다. 정상압 수두증과 알츠하이머병 모두 뇌실이 확장되어 있는 소견이지만 지주막하강의 뇌척수액이 다르게 관찰됩니다. 여기서 감별진단의 중요한 소견을 찾아서 수술로서 인지장애를 호전시킬 수 있는지 여부를 확인하게 됩니다.
이 정상압 수두증은 나타나는 임상양상이 치매와 비슷한 부분이 많습니다. 그래서 저희 대한신경외과학회에서도 수술로 치료 가능한 질병들 중의 하나로 대국민홍보를 하고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치매란 기억력 장애를 포함한 여러 가지 인지장애를 보이는 난치성 질환으로 알려져 있지 않습니까? 그래서 새로 들어선 정부도 치매국가책임제라는 정책을 펴고 있는 것이고요. 그런데 치매라는 병이 이런저런 검사를 통해서 진단을 받게 되면 일단 약물치료를 시작하게 되는데, 마치 치매처럼 보이지만 제때 제대로 진단을 받게 된다면 약물치료 없이도 수술로서 증상을 호전시킬 수 있는 대표적인 질환이 바로 이 정상압 수두증입니다. 그런데 정상압 수두증으로 진단받았거나 또는 정상압 수두증으로 추정되는 상태라 할지라도 수술만 받는다고 모두 좋아지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앞서 말씀드린 여러 진단과정을 거쳐서 정말로 수술이 필요한 환자를 가려내기 위해서 CT, MRI도 찍어보고 다른 보조적인 검사도 받게 하는 것입니다.

Q. 수술로 치료를 하게 된다는 말씀이신데, 그럼 이런 분들이 예후나 경과는 어떻게 될까요?

정상압 수두증이 두 가지로 분류된다고 말씀드렸었는데, 일반적으로 선행 원인질환이 있는 이차성 정상압 수두증 환자의 경우에는 대부분의 환자들이 수술 후에 호전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선행질환이 없는 이른바 특발성 정상압 수두증 환자들에서 단기 예후는 70-80%에서 호전을 보이지만 3-5년 이상의 장기 예후는 20-40%에서만 호전을 보인다고 보고되고 있습니다. 이런 분들이 대부분 고령이시고, 연령증가에 따라 동반된 질환들을 많이 가질 수 있기 때문에 연령이나 심혈관 질환, 퇴행성 관절염이나 척추질환 등의 본인의 질병 여부를 따져서 수술 여부를 결정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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