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 전인가 문득, 같이 입사한 동기들은 모두 떠나고 없는데 나만 혼자 남아 다른 길을
한 번도 생각해 보지 않고 첫 직장인 여기서 27년간 이러고 있었을까 하는 의문이 든 적이 있었다.
태어난 고향인 진주에서 모든 학창시절을 보내고 직장을 구하기 위해 부산이라는 도시로 처음 집을 떠나 왔을 때,
모든 것이 낯설고 힘들어 고향생각에 공중전화기를 붙들고 부모님과 통화하면서 엄마라는 단어와 목소리에도
눈물을 흘리던 시절이 있었다.
지금은 입가에 미소를 머금으며 추억으로 떠올리지만 그 당시는 몹시 힘들었었다.
그 힘든 시기를 잘 견디고 이 자리에 서 있을 수 있게 만든 것은 이 병원의 문화 때문이라는 생각을 한다.
이제는 성장하여 가정을 이루었고 나의 아이들이 이제는 취업을 앞두고 있는 지금, 엄마가 경험한 그런 문화를 체험할 수 있는 그런 곳이 있을까? 하는 아쉬움과 안타까운 생각에 마음이 아프다.
인간미가 넘치는 선후배 관계와 의료진간의 벽이 없어 어려울 때 서로 앞장서서 도와주는 그런 문화가 나에게 든든한 힘이 되어 주었듯이 나의 후배들에게도 버틸 수 있는 힘이 되는 선배이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여 매일매일 최선을 다해 달려가고 있다.
이 속에 몸담고 있으니 당연한 것으로 여기고 살아왔는데 여기를 떠나 다른 곳에서 새로운 시작을 하는 이들이 우리병원의 색깔과 다른 문화차이로 다시 오기도 하는 모습들을 보면서 나의 선택이 탁월했다는 자부심과 만족감을 느낀다.
신규간호사 시절부터 지금까지의 일들이 파노라마처럼 떠오르며 잠시 추억에 잠겨본다.
아~그립고 그리운 옛날이다.
사람은 추억을 먹으며 산다는 말에 공감하며 지금까지의 추억으로 앞으로 내 인생의 멋진 그림을 그리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