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 인구가 증가하면서 치매는 많은 이들에게 두려운 질병이 되어가고 있습니다. 기억력 저하와 성격 변화를 동반하는 치매는 환자와 가족 모두에게 큰 부담이 되기 마련입니다. 진료실에서 진료를 마무리할 때면 환자와 보호자분들께서 평소 궁금하셨던 점들을 많이 물어보십니다. 인터넷에 정보는 많지만, 내 가족의 일이라 생각하면 덜컥 겁부터 나고 헷갈리는 내용이 많기 때문입니다. 오늘은 부산성모병원 신경과 황보진 과장의 도움말로 보호자와 환자분들이 가장 많이 검색하고 궁금해하시는 '치매 관련 핵심 질문 4가지'를 명쾌하게 정리해 드립니다.
Q. 치매와 알츠하이머병은 같은 병인가요?
가장 많이 헷갈리시는 부분입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알츠하이머병은 치매와 같은 말이 아닙니다.
치매는 정상적으로 생활하시던 분이 다양한 원인에 의해 기억력, 시공간 능력, 언어 능력 등의 인지 기능이 떨어져 '일상생활에 장애가 생기는 상태(증상)'를 뜻합니다.
반면, 알츠하이머병은 이러한 치매 증상을 일으키는 가장 대표적인 '원인 질환'입니다. 전체 치매 원인의 약 50~70%가 알츠하이머병에 해당합니다. 그 외에도 뇌경색이나 뇌출혈 이후에 발생하는 '혈관성 치매'가 20~30%를 차지하며, 이 두 가지가 혼합된 혼합성 치매, 파킨슨병 치매, 루이소체 치매, 전두측두치매 등 원인은 매우 다양합니다.
Q. 단순한 노화(건망증)인지, 치매 초기 증상인지 어떻게 구분하나요?
나이가 들면서 기억력이 떨어지는 것은 자연스러운 노화 현상이지만, 치매는 분명한 차이가 있습니다.
단순 건망증: 약속을 잊어버렸다가도, 옆에서 "오늘 우리 만나기로 했잖아"라고 힌트를 주면 "아, 맞다!" 하고 사건 자체를 떠올립니다.
치매 증상: 힌트를 주어도 약속을 했다는 사실 그 자체를 기억하지 못합니다.
치매의 초기 증상으로는 다음과 같은 변화들이 나타납니다.
단기 기억력 저하: 예전 일은 잘 기억하시지만, 방금 한 말이나 최근의 약속을 잊어버리고 같은 질문을 반복하십니다.
시공간 능력 및 실행 능력 저하: 늘 다니던 익숙한 길에서 길을 잃거나, 물건을 냉장고 등 엉뚱한 곳에 두십니다. 전기밥솥 등 평소 잘 쓰던 가전제품 조작을 어려워하시기도 합니다.
정신 행동 이상: 참을성이 없어지고 화를 잘 내거나, 반대로 의욕이 없이 하루 종일 멍하게 계시는 우울증, 무감동증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누가 내 물건을 훔쳐 갔다"며 의심하는 망상 증상을 보이기도 합니다.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판단 기준은 '기존에 혼자서 잘하시던 일상생활(은행 업무, 요리, 대중교통 이용 등)에 지장이 생겼는가'입니다.
Q. 치매는 치료가 불가능한 불치병인가요?
그렇지 않습니다. 치매는 일찍 발견할수록 대처할 수 있는 방법이 많습니다.
전체 치매 환자의 약 10% 정도는 원인을 찾아 교정하면 원래의 인지 기능으로 돌아갈 수 있는 '가역성 치매'입니다. 갑상선 기능 이상, 비타민 결핍, 정상압 수두증, 매독, 혹은 심한 우울증으로 인한 가성 치매 등이 원인일 경우, 이를 치료하면 치매 증상도 회복됩니다.
알츠하이머병의 경우 아직 뇌를 완전히 젊은 시절로 되돌리는 완치제는 없지만, 약물 치료를 통해 병의 진행 속도를 늦출 수 있습니다. 치매 약은 기억력을 급격히 좋게 만든다기보다는, 나빠지는 속도를 완만하게 만들어 환자분이 스스로 일상생활을 유지할 수 있는 기간을 늘려주는 데 큰 목적이 있습니다.
Q. 병원에 가면 치매 검사는 어떻게 진행되나요? MRI부터 찍나요?
많은 분들이 치매가 의심되어 병원에 오시면 "뇌 MRI부터 빨리 찍어보고 싶다"고 말씀하십니다. 하지만 치매 진단은 기계적인 검사 하나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여러 단계를 거쳐 '종합적으로' 판단하게 됩니다. 황보진 과장의 진료실에서는 다음과 같은 체계적인 검사가 이루어집니다.
1단계: 심층 문진 및 병력 청취
기계 검사보다 훨씬 중요한 첫 단추입니다. 환자 본인은 물론 곁에서 지켜본 보호자와 깊이 있는 면담을 진행합니다. 언제부터 증상이 시작됐는지, 증상의 변화(서서히 진행하는지, 계단식으로 진행하는지, 악화와 완화를 반복하는지), 기능의 장애(길을 잃은 적은 없는지, 혼자서 전기밥솥이나 휴대폰을 조작할 수 있는지 등)세밀하게 파악합니다.
2단계: 신경심리검사 (인지 기능 검사)
단순히 '스스로 기억력이 나쁘다고 느끼는 것(주관적 인지장애)'인지, 실제 인지 기능이 떨어져 있는지 확인하는 객관적인 테스트입니다. 환자분의 연령, 학력, 성별이 비슷한 그룹과 비교하여 현재의 기억력과 인지 능력이 몇 퍼센트에 해당하는지 정밀하게 점수화하여 평가합니다. 단순한 인지 검사와는 다르게 2시간 가량의 검사 시간이 소요되고 환자에 대해 가장 잘 아는 보호자가 함께 오셔야 정확한 검사가 진행 가능합니다.
3단계: 혈액 검사
치매를 진단하는데 왜 피를 뽑는지 궁금해하시는 분들이 많습니다. 이는 앞서 설명해 드린 '치료 가능한 치매(가역성 치매)'의 원인을 찾기 위함입니다. 혈액 검사를 통해 갑상선 기능 이상, 비타민 결핍, 매독 등이 없는지 꼼꼼히 체크합니다.
4단계: 뇌 영상 검사 (CT, MRI, PET 등)
마지막으로 영상검사를 진행합니다. 뇌의 구조적인 이상을 확인하는 검사로 CT, MRI를 시행합니다. 과거의 뇌경색이나 뇌출혈의 원인이 있는지(혈관성 치매), 해마를 비롯한 뇌의 위축이 있는지(퇴행성 질환), 종양이나 수두증 등 다른 구조적 이상이 있는지를 확인합니다.
아밀로이드 PET 검사를 통해서는 알츠하이머병의 원인으로 지목되는 ‘이상 단백질’이 뇌에 쌓여 있는지 시각적으로 확인합니다.
이러한 모든 검사를 종합적으로 판단하여 단순한 건망증인지, 혹은 치매인지 또 치매라면 퇴행성 질환인지 혹은 혈관성 질환 또는 다른 원인에 의한 치매인지를 진단하게 됩니다.
Q. 뇌 건강에 좋은 음식, 혹은 피해야 할 음식이 있나요?
진료실에서 항상 듣는 질문입니다. 치매 예방을 위해서는 실생활에서 뇌 건강을 지켜주는 식단 관리가 필수적입니다.
오메가-3가 풍부한 기름진 생선 (고등어, 연어 등): 뇌 세포막의 주요 구성 요소로, 뇌 염증을 줄이고 인지 기능을 향상시킵니다. 항산화 물질이 풍부한 베리류 (블루베리, 딸기 등): 뇌세포 손상을 막아주며, 특히 블루베리는 치매 유발물질인 베타 아밀로이드 단백의 생성을 억제합니다. 비타민 E가 풍부한 견과류 (호두, 아몬드 등): 손상된 뇌세포 회복을 돕고 뇌 노화를 억제합니다. 잎채소 (시금치, 브로콜리 등): 기억력을 높이는 데 직접적인 영향을 줍니다. 영양소 손실을 줄이기 위해 푹 익히기보다는 샐러드처럼 날것으로 드시거나 살짝만 데쳐 드시는 것이 좋습니다.
반면, 뇌혈관에 악영향을 주는 과도한 음주와 흡연은 반드시 피하셔야 합니다. 치매 예방은 식단 하나만으로 완성되지 않습니다. 균형 잡힌 식사와 함께 숨이 약간 찰 정도의 규칙적인 유산소 운동, 충분한 수면, 혈압 및 혈당 관리가 동반되어야 합니다.
황보진 과장이 전하는 치매 예방 TIP
"당장 병원 방문이 망설여지시거나 비용이 부담되신다면, 각 지역 보건소에 위치한 '치매안심센터'를 적극적으로 활용해 보세요. 60세 이상이시라면 1년에 한 번씩 무료로 인지 선별 검사를 받으실 수 있습니다. 만약 센터 검사에서 이상 소견이 발견되면, 지체 없이 병원 진료로 연계하여 조기 치료를 시작할 수 있습니다."
오늘 저녁 식사로 고등어구이와 신선한 잎채소 샐러드를, 후식으로는 호두와 블루베리를 곁들여 보시는 것은 어떨까요?
기억력이 예전 같지 않다고 느껴지시거나, 가족의 행동에 낯선 변화가 보인다면 두려워하지 마시고 조기에 병원을 찾아 정확한 진단을 받아보시길 권장합니다. 작은 생활 습관의 변화와 빠른 진단이 환자와 보호자 모두의 건강한 일상을 지키는 가장 확실한 방법입니다.
